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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닉 레버리지에 물린 김과장의 하루: 파란불 아래에서 웃기로 했다

면책부터 깔고 갑니다. 이 글은 “이렇게 하면 복구된다”가 아니라, 삼전·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물린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는지 적은 심경 고백 겸 주관적 오피니언입니다. 매수·매도 추천 아니고요. 웃긴 척하지만 웃긴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도 웃어야 월세를 냅니다.

솔직히 이 글, 웃으면서 쓰다가 몇 번 손을 멈췄습니다.

07:12, 눈뜨자마자 계좌부터 여는 인간이 됐다

알람보다 먼저 깨는 게 있습니다. 불안입니다.

눈도 못 뜬 채로 손가락이 먼저 증권 앱을 찾습니다. 지문 인식은 실패하는데, 눈곱 때문인지 손 떨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로그인 의지만은 아이폰 페이스아이디급입니다. 왜 이렇게 부지런한지 저도 궁금합니다. 빨간 숫자를 보려고 이렇게까지 성실할 일인가 싶은데, 삼닉 레버리지는 사람을 참 부지런하게 만듭니다.

밤사이 미국 반도체가 어땠는지, 나스닥이 웃었는지 울었는지, 그게 오늘 아침 갭으로 어떻게 붙을지. 출근 준비보다 이 계산이 먼저입니다. 회사는 지각하면 눈치라도 주는데, 레버리지는 눈치도 안 주고 그냥 깎습니다.

자기계발서는 아침에 물 한 잔 마시라던데, 저는 아침에 손실 한 잔부터 마십니다.

씻으면서도 머릿속 계산기는 안 꺼집니다. “어제 미국 반도체가 이 정도 빠졌으니 오늘 갭은 대충 이 정도겠지.” 이 계산, 맞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근데도 매일 아침 새로 계산합니다. 학습이란 게 이렇게 안 되는구나 싶어요.

09:03, 개장 3분 만에 심장은 이미 서킷브레이커

장이 열립니다. 본주가 -3%면 제 레버리지는 대충 -6%로 인사합니다. 하루 2배는 참 정직해요. 좋을 때 두 배로 안 좋아지고, 나쁠 때 두 배로 나빠집니다. 근데 요즘은 좋을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반등하면 두 배로 복구되잖아?”

이게 물린 사람 특유의 희망 회로인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매일 리셋됩니다. 본주가 출렁이며 제자리로 와도 제 상품은 그새 야금야금 깎여 있어요. 업계 용어로 음의 복리, 변동성 감쇠라는데, 김과장식으로는 이렇습니다.

본주는 “출퇴근”하는데, 제 레버리지는 “무급 철야”를 뜁니다. 야근수당도, 대체휴무도 없이요.

12:30, 점심값과 물타기 사이

동료들이 점심 뭐 먹을지 정하는 5분 동안, 저는 인생을 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물타기 한 번 더 하면 단가가 내려가는데.”

이게 전략처럼 들리죠? 아닙니다. 감정으로는 복수에 가깝습니다. 시장한테 진 걸 인정 못 해서 “한 번만 더”를 외치는 건데, 그 “한 번만 더”가 도박판 대사랑 똑같다는 게 함정입니다. 변동성 큰 날 물타기는 음의 복리에 기름 붓기예요.

결국 김치찌개를 시켰습니다. 물타기 대신 밥을 산 저 자신, 오늘의 유일한 우량 매수였습니다.

동료 한 명이 옆에서 “그거 지금 사면 반등 초입 아니냐”고 거들었습니다. 반등 초입이라는 말, 벌써 세 달째 듣고 있습니다. 계속 초입이면 그건 초입이 아니라 그냥 계속 내려가는 중이라는 뜻 아닐까요.

15:20, 종가 10분 전 인간의 존엄이 시험받는 시간

마감 직전은 늘 극적입니다. 위에서 물량이 나오면 “아 손절할걸”, 살짝 오르면 “아 존버가 맞았어”. 10분 사이에 후회와 확신을 다 겪습니다. 감정이 데이트레이딩을 하고 있어요. 계좌보다 멘탈의 회전율이 높습니다.

그리고 마감. 파란불. 앱을 닫습니다. 닫는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안 보면 3초는 편합니다. 그 3초를 위해 하루 종일 앱을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손은 자동으로 앱 아이콘을 찾습니다. 사람 많아서 화면도 잘 안 보이는데 그냥 켭니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필요도 없는데 몸이 먼저 움직여요.

22:40, 미국장 개장, 두 번째 근무 시작

퇴근했는데 근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장입니다.

저는 침대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봅니다. 저쪽 글로벌 데스크는 교대 근무로 봅니다. 저는 커피를 갈고, 저쪽은 포지션을 갈아 끼웁니다. 밤사이 뭔가 정해지고, 저는 다음 날 아침 갭으로 결과만 통보받습니다. 이 구조가 참 얄미운데, 얄미워도 월세는 내야 해서 그냥 봅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하루가 두 개인 기분입니다. 한국 근무와 미국장 근무. 월급은 하나인데 근무지는 둘이라니, 회사에 항의할 곳도 없습니다.

가끔은 알림을 무음으로 해두고 그냥 잡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확인하는 게 그나마 정신 건강에 낫다는 걸 최근에 배웠습니다. 배웠다고 매일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요.

여기까지가 물린 김과장의 하루입니다. 자, 이제 웃음기 빼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나

블랙코미디는 여기까지고, 아래는 물려 본 사람으로서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여전히 추천 아닙니다.

1. “삼전·하닉을 믿는다”와 “이 상품을 든다”는 다른 문제다

기업을 믿는 마음은 존중합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AI 수요, 다 그럴듯해요. 근데 그건 본주 장기 보유의 논리지, 일일 2배 레버리지의 논리가 아닙니다. 이 둘을 구분 못 하면 다음 사이클에도 똑같이 물립니다.

회사가 3년 뒤 두 배가 된다고, 일일 레버리지가 그 상승을 두 배로 얹어 주지 않습니다. 경로가 험하면, 그러니까 오르락내리락하면 방향이 맞아도 상품은 손해일 수 있어요. 결혼을 믿는다고 월세 계약서 조항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믿음은 본주에, 레버리지는 기간 정해둔 전술에 두세요.

저도 이 둘을 한동안 섞어서 생각했습니다. “삼전 믿으니까 레버리지도 괜찮겠지”라는 논리, 지금 보면 허술한데 그때는 꽤 그럴듯했습니다. 믿음과 상품 구조는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더라고요.

2. 지금 물린 사람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질문

차트 예측 말고, 딱 두 개만 봅니다. 복잡한 지표 다 필요 없습니다.

  • 이 돈이 다음 달 월세·카드·식비에 붙어 있나?
  • 이 포지션 때문에 잠을 못 자나?

생활비가 물려 있으면, 반등 시나리오를 짜기 전에 생활비부터 분리하는 게 1순위입니다. 잠이 안 오면 수익률 계산 전에 비중을 줄이는 것이 답인 날이 있어요. 자존심은 절대 월세를 대신 안 내줍니다. 김과장이 보증합니다, 몸소.

3. “물렸으니 더 산다”가 유일한 계획이면, 그건 계획이 아니다

추가매수 자체가 죄는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어요.

  • 미리 적어 둔 한도 안에서만
  • 한 번만
  • 생활비와 분리된 돈으로만

이 세 줄이 없으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그리고 감정은 레버리지랑 궁합이 최악이에요. 둘이 만나면 항상 계좌가 다칩니다.

4. 이 “삼닉 레버리지 열풍” 자체에 대한 생각

외국인이 대형 반도체를 대규모로 내놓는 동안, 개인은 본주도 모자라 일일 2배 상품으로 그 물량을 받았습니다. 누가 위험을 떠안았는지 그림이 선명하죠. 상품을 판 쪽은 수수료를 벌고, 시장을 만든 쪽은 헤지를 하고, 개인은 “결국 오르겠지”라는 믿음으로 변동성을 온몸으로 받습니다. 저도 그 그림 안에 서 있었습니다, 웃기게도.

문제는 상품이 나쁘다기보다, “2배”는 크게 쓰고 “일일 리셋·변동성 감쇠”는 약관 안쪽에 넣는 판매 구조, 그리고 월급은 월간인데 상품은 일일이라는 시차입니다. 이 시차를 모르고 들어간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김과장 포함.

주변을 둘러봐도 “2배”라는 숫자만 보고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일 리셋이 뭔지, 변동성 감쇠가 뭔지 설명해 주면 다들 처음 듣는 얘기라는 표정을 지었어요. 상품 설명서 어딘가엔 분명히 적혀 있는데, 그걸 끝까지 읽고 들어온 사람은 솔직히 저를 포함해서 거의 없었습니다.

정리, 물린 김과장의 세 줄

블랙코미디로 웃었지만, 통장에 남길 메모는 진지합니다.

  1. 월세·생활비와 분리돼 있나 (아니면 그것부터)
  2. 이게 단기 전술인가, 아니면 그냥 물려서 장기가 된 건가
  3. 잠을 못 잘 만큼의 비중이면, 오늘은 줄이는 게 이기는 것

김과장은 레버리지를 비웃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미 물려 있거든요. 다만 하나는 압니다. 숫자가 아무리 파래도, 월급날까지 집세 나갈 구조만은 파랗지 않아야 한다는 것. 차트는 그다음입니다.

오늘도 앱을 닫았다 엽니다. 파란불 아래에서, 그래도 웃기로 했습니다. 안 웃으면 울 텐데, 우는 걸로는 단가가 안 내려가더라고요. 내일 아침에도 저는 눈뜨자마자 계좌부터 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계획대로 손가락을 주머니에 넣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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